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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댄 애리얼리
    독서 아카이브/2020년 2020. 11. 15. 17:15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 

    댄 애리얼리는 수천 명의 실험대상자에게 수학 문제 20개를 풀고 정답수만큼 돈을 지급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대상자가 문제를 다 풀면, 정답 채점을 스스로 하게 하고 답안지를 실험 진행자가 보지 못하게 파기했다. 정답을 몇 개 맞혔는지 물었을 때, 실제로는 평균 4개를 맞췄지만 실험 진행자에게 평균 6개를 맞췄다고 대답했다. 대단한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채점을 하면서 "이건 사실 아는 문제였어"라면서 정답으로 간주했을 것이다.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꽤 착한 사람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부정행위를 통해 이득을 보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합리화할 수 있다. 이 실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실험자가 최대 이득을 보기 위해서는 20개를 맞추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인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실험을 해 보았다.

     

    대학교 기숙사 냉장고에 6개 묶음 캔콜라와 현금 1달러 지폐 6장을 접시에 놓아두고 지켜보았다. 역시나 콜라는 금세 사라져 버렸지만 현금은 그대로 있었다. 택시기사를 상대로 실험을 했을 때에도 초행길로 보이는 손님에게는 목적지까지 빙돌아가면서 요금을 높게 받았지만, 시각장애인 손님을 태웠을 때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정직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다. 냉장고에서 캔콜라 하나를 꺼내먹는 것은 죄로 생각하지 않지만, 현금을 가져가는 것은 범죄행위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에게 요금을 바가지 씌우는 것은 양심에 가책을 받는 행동이 된다. 사람들은 모두 절대적인 죄악으로 판단할 수 있는 어떤 범위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 부정행위를 한다. 다시 말하면, 죄악으로 여겨지는 선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얼마든지 합리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효과라는 게 있다. 다이어트를 해봤다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정한 기준을 한 번 깨고 나면 더 이상 자기 행동을 통제하려 들지 않는다. 오늘 탄수화물에 한 번 손을 댄 이상 다이어트는 내일로 넘어가게 된다. 한 번 부정행위를 한 사람은 다른 일에도 부정행위를 하기가 쉬워진다.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댄 애리얼리

    모든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잘못이라고 하기에는 모두가 하고 있고, 잘못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비도덕적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자기 합리화와 자기기만이 선을 넘어서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의외로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었다. 앞서 수학 문제를 풀게 했던 실험으로 되돌아가서 수학 문제를 풀기 전에 십계명을 떠올려보게 한 다음 문제를 풀게 했더니 부정행위가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십계명을 모두 외우는 실험자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십계명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효과가 있었다. 십계명의 내용은 동서고금 통틀어서 윤리적인 행동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지속기간이 짧았다. 순간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되면서 의식적으로 도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제력이 소진될 경우 욕망을 통제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부당하다고 느낄 때 어떤 방법으로든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복수를 하는 게 정당하다고 느끼면 보복의 대상이 누구인지는 크게 신경 안 쓴다. 그저 자신이 보상받는 것에 합리화가 쉬워진다.

     

    이스라엘 법정에서 가석방 판결 사례를 조사해보았는데, 판사들이 그 날 첫 번째 심리와 점심식사 직후의 심리에서 가석방을 허가할 확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니엘 핑크의 저서 <WHEN 언제 할 것인가>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원기가 왕성할 때 이성적이고 일의 능률도 높지만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는 감정적이고 능률도 떨어진다. 공정해야 할 판사들의 판결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면 자제력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도덕적 결정을 미루는 것이 좋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창의적인 사람들이 부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른다는 내용도 나온다. 합리화할만한 점들을 연결시키는데 수월하기 때문이다. 참신한 개소리 같아도 본인은 진심으로 그렇게 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지능과는 상관이 없었다.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단속을 더 잘해야 한다. 도덕성은 전염되기도 쉽기 때문이다. 자기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사회적 규범 수준과 동일할 때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남들 다 그렇게 한다, 관례다." 같은 변명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익충돌이 계속 일어나는 이상 거짓말은 존재할 것이다. 법정 재판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사회적으로 평가를 받았고, 사회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개인의 양심에 달려있다. 도덕심과 이익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심지어 도덕심은 사회적 영향을 받는다. 나의 이득과는 무관하더라도 상대방의 이득을 위해 부정행위를 하거나 눈감아주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이타심이 거짓말을 합리화하기 쉽게 만든다.

     

    열쇠장이의 교훈이 있다. 사실 자물쇠로 잠긴 문은 마음만 먹으면 절단기로 자르고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 자물쇠는 어떤 일이 있어도 훔치지 않을 1%와 어떻게든 훔쳐낼 1%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머지 98%의 사람들이 유혹을 느끼지 않도록 도덕적 장벽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들이 도덕적인 존재로 남아있게 하는 도구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과도 일맥상통한다. 깨진 유리창이 하나 있다면 다른 유리창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에 의해 깨진다. 쓰레기통이 아닌 곳에 플라스틱 커피를 버리면 주변에 줄줄이 쓰레기가 생기는 것도 그렇다. 느슨해진 도덕적 양심에 주기적으로 태엽을 감아주어야 한다.

     

    인간은 비이성적 존재이다. 이성은 인간에게 주어진 옵션일 뿐이다. 옵션을 활용하기 전에 잠깐만 상기해보자.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우리가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전혀 알지 못한다. 뇌에서 알아서 좋게 포장해주면 스스로 거기에 설득당할 뿐이다. 거북하더라도 잊지 말자. 우리 모두 거짓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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